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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십자가 공동체

“니 꿈이 뭣이냐?”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4-11-30 21:22

“니 꿈이 뭣이냐?”

사극 드라마에서 잘 생긴 젊은 양반이 남장을 한 여 노비에게 “니 꿈이 무엇이냐?” 묻습니다. 주저하던 노비가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 더듬으면서 “제 꿈은 늙어 죽는 것입니다”라고 답합니다. 조용히 배경 음악이 흐르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맞아 죽거나, 굶어 죽지 않고, 곱게 늙어 죽는 것이요..” 그리고 큰 눈을 다시 돌려 하늘을 보면서 계속 말합니다. “발목이 잘리거나, 머리채가 잘리지 않고, 그저.... 사는 것이오. 운이 좋으면 바닷가 작은 집에서 아버지랑 숨어 살 수 있으려나” 이 여 노비의 말이 마음에 스며듭니다.

노예제도가 폐지된지 오래고, 강대국 미국에서 자본주의를 만끽하고 살아가지만 노비의 말은 여전히 우리의 작은 소망이 됩니다. “곱게 늙어 죽는 것” 좋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인생의 굴곡은 변함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다치고, 죽고, 생각하지 못한 병으로 고생하며, 기대하지 못한 일들로 마음이 상한 가운데, 인생의 마지막을 힘들게 보내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할 수 있다면 마지막 호흡이 다 하는 날까지 교회를 다니고, 누군가를 위해 웃음을 선물하고, 낙심한 자에게 인생의 경험을 위로로 건네주고 그렇게 마지막, 곱게 아버지 품으로 안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 교회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인생의 굴곡이 얼마나 심한지, 그 속에 울음도 있고, 웃음도 있고, 비참함도 있기에 시간이 된다면, 각자의 인생이야기를 작은 책으로 만들어 “세계로제자교회 인생전집” 이런 것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매일 기도하고 소원하는 한 가지는 이전의 아픔은 다 지나가고 이들의 남은 인생이 하나님 앞에서 곱게 늙어가는 것이고, 그 마지막을 공동체가 함께 지켜드리는 것입니다.

젊은 날의 꿈은 세상을 한번 바꿔보는 것이었고, 위대한 발명품 하나 만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을 날아보는 것도 꿈이었고, 세상 곳곳을 여행하는 것도 꿈이었습니다. 큰 교회에서 큰 목회하는 것도 꿈이었고, 잘살아 보는 것도 꿈이었습니다. 손으로 직접 내집을 지어보는 것도 꿈이었고, 태권도 유단자가 되는 것도 꿈이었습니다.

어느덧 중년이 되고,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이전에 들리지도 않던 노비의 말이 가슴에 새겨지는 것을 보면 제 나이도 익어가는 모양입니다. 아내와 성격이 맞지 않아서 다투던 날도 많았고, 자식들도 뜻대로 되지 않아서 가슴 찢어지는 일들이 적지 않았고, 자존심 상한 일도 헤아릴 수 없고, 목회하다 보면 마음 상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텐데, 그저 곱게 늙어가면 좋겠다는 이 말에 이 모든 것을 “이해”로 담아낼 수 있게 됩니다. 빌레몬서를 보면서 고난이 가득하지만 한 길을 걸었던 바울의 인생에 눈물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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