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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쓸며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4-12-15 11:01

낙엽을 쓸며

집 앞에 가을을 풍기는 아름드리나무가 있어 이사한 후 “분위기 좋다”라고 노래하듯 흥얼거렸습니다. 그 좋은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비 오고 바람이 부니 나뭇잎들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모릅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를 좋아하는 아내는 그것도 “좋다”하지만, 날마다 청소해야 하는 나의 처지에서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한때의 좋은 기분과 감정이 그렇게 오래가지 못하고, 바람에 떨어진 잎새처럼 또 다른 삶의 무거운 발걸음에 밟혀가는 것을 느낍니다. 직장에 일하게 되어서 좋다는 감정도, 자식을 얻었다는 기쁨도, 사랑했다는 행복도 현실의 무게에 다 잊힙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목회현장을 잠시 떠나있다가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을 때, 두세 사람을 두고도 매주 설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고, 찬양할 때마다 적지 않은 마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런 소중한 추억도 “해야만 하는 일들”에 묻혀있었습니다.

신앙은 기억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순종의 연속입니다. 한때 잘했다는 고백은 낙엽과 같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교회에 대한 헌신과 말씀에 대한 사랑도 삶의 계절에 따라 우수수 떨어집니다. 올해도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 걷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신 분들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낙엽들을 바람으로 쓸어 청소할 때, 앙상한 가지를 바라봅니다. 풍성했던 내 신앙도, 내 감정도, 내 마음도 이렇게 앙상하지 않을까? 그래도 흘러가는 사계절 속에 삶의 열매들이 많아졌기를 기대합니다. 봄이 오면 또 작은 잎새들이 녹색으로 나무에 옷을 입히듯, 떨어진 우리의 쓰라린 추억과 감정의 자리에도 성령님의 만지심이 시작되겠죠.

작은 잎새를 틔우는 나무의 순리도 그냥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진 겨울을 견뎌내고, 여전히 뿌리를 땅에 튼튼히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나서 죽기까지 인생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죽은 고목은 어떤 바람에도 잠잠합니다. 살아있기 때문에,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립니다. 열매를 맺고 다시 싹을 틔울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뿌리가 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뿌리를 스스로 잘라내는 나무는 없습니다. 힘들면 힘들수록, 잎이 떨어져 나가는 그 추운 겨울 속에서도 나무는 더 힘을 내어 뿌리를 내립니다. 한 해 동안 교회에도, 성도들의 가정에도, 개인에게도 적지 않은 바람들이 불었습니다. 지금도 마음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고, 여전히 삶의 긴장 속에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떨어진 낙엽을 보지 말고, 내가 내린 뿌리를 보고 한해를 든든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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