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앞에서 묵상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4-09-14 19:08
싱크대 앞에서 묵상
집 싱크대의 수도꼭지가 이상하다고 아내가 몇 번 이야기했습니다. 손으로 당겨서 그릇들을 씻으려 하면, 헤드 옆으로 물이 새어 나와 몸에 튀길 정도로 불편하답니다. “고칠께~” 그러곤 잊어버렸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 갑자기 생각나서 새벽 2시에 고쳤습니다. 크게 고장이 난 것은 아니고, 해드를 돌려 단단하게 조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장난기가 생겨 고쳤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언제 “어~~ 고쳤네!”하고 반응할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도 아무 말이 없기에 “고쳤는데 고맙다는 말도 안하구?”라고 슬쩍 떠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이 “점검하지 못했어”라고 하기에, “평소처럼 쭉 사용했을 텐데 점검하고 안 하고 그런 게 어딨어?” 감히 대꾸했습니다.
그러면서 삶을 잠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잘 될 때는 아무런 불평이 없다가 뭔가 안되기 시작하고, 거슬리기 시작하면 불만이 생깁니다. 환경이나, 남을 탓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 그랬는지 감사하지도 않습니다. 탓했던 사람이나, 환경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도 않습니다. 모르니깐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목마르면 “물이 없어서 죽을 것 같다. 차라리 애굽이 나았다”라고 불평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반석에서 물을 냅니다. 더워서 하나님께서 구름 기둥으로 덮어주고, 추울 때 불기둥으로 지켜줘도 그들에게는 “당연한 거지” 감사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에어콘 하나로 춥다 덥다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성경에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그들 중에는 “왜 맨날 구름이야?” 그런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불기둥 때문에 너무 덥다고 불평한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뭔가 거슬리면 다 짜증이고, 불만이고, 불평입니다.
당연한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집에 불이 나지 않은 것도, 자녀가 학교 다니고, 회사 다니는 것도, 사업장에 도둑이 들지 않은 것도, 교통사고 나지 않는 것도, 오늘 내가 호흡이 멈추지 않는 것도 어찌 당연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수만 가지 감사할 일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한가지 불편한 것에 신경 쓰고 마음의 중심을 잃어버립니다.
수도꼭지 물 새는 것이 아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단순한 불편함이 싫듯이, 인생 중에 불편함을 느낄 때, 어쩌면 내가 인생에 대해서 무지하지 않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유명한 노배우에게 다시 20대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 라고 사회자가 질문했더니 싫답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랍니다. 그러면서 너무 모르지도 않고, 많이 알아서 자만심(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중년으로 돌아가고 싶답니다. 왜 그녀의 연기가 깊은지 알겠습니다. 묵상이 우리를 견고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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