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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4-10-01 19:28

빈자리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기도 합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특별한 순서를 맡지 않아도 그 자리를 채워주는 것으로도 축하와 위로가 됩니다. 아이가 졸업식을 할 때, 친구들하고 뛰어놀 때 부모가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 자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나의 삶에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며칠을 함께 해주었던 친구를 잊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사역하다 보면 빈자리를 채워주는 사람이 있고, 빈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그 자리에 소리 없이 나타나서 우렁각시처럼 필요한 일을 해놓고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멀리 가서 필요한 것을 가져오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힘겨워하는 주변을 정리해놓기도 합니다. 힘들면 힘들수록 빈자리를 채워주는 사람들로 사역을 더 하게 되고, 위로를 받습니다.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목회자는 예배시간에 빈자리를 보게 되면 사실 육체적인 일이 힘든 것보다 더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예배시간 내내 마음 쓰이게 되고, 계속 비워지는 빈자리에서 자신의 한계를 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때론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고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오히려 일을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때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여기 앉아야 한다” “저기 앉아야 한다”는 사랑스러운 조언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듣다 보면 내가 내 자리를 비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그랜드캐니언 여행을 할 때, 아름다운 전경을 바라보는 낭떠러지 바로 앞에 있는 빈 의자를 오랫동안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사람의 마음에는 세상을 고독하게 바라보는 빈자리가 하나씩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이 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빈자리를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이 몰려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음의 빈자리나, 사역의 빈자리를 소리 없이 항상 채워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늘에서는 주 외에는 누가 내게 있으리오. 땅에서는 주 밖에 내가 사모할 이 없나이다”라고 노래했던 아삽을 묵상해보면, 얼마나 오랫동안, 이 빈자리로 외로워하고, 힘들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다해서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워놓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시간과 힘을 다해서 도움을 주고, 누구보다 기도가 필요해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마음으로 중보기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쉽게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자리에서 감사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아삽이 이 노래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우리의 빈자리는 언제나 소리없이 하나님께서 채워나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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