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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흔적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4-06-18 08:18

아버지의 흔적

부친께서 하늘 아버지의 부름을 받으신 지 벌써 3개월이 되어갑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모친의 말씀에 급하게 한국을 찾았습니다. 지난 2년 넘게 병원을 오가시며 온갖 병시중을 드셨던 모친께서는 목회하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거의 알리지 않으셨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이번에는 저희가 병원에 있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아버지와 함께 24시간을 매일같이 보냈습니다. 제가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이 있어서 가끔 아내가 옆을 지키면 저는 병원 앞 스타박스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되었던 아버지의 모습은 생각보다 온전하셨습니다. 많은 말씀을 하셨고, 저는 아픈 아버지를 웃겨드리려고 곧잘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정신은 온전하셨지만, 거의 면역이 없는 상황에서 폐렴이 심하게 오신 터에 기침하실 때마다 고통스러워하셨고, 가끔 피가 나오면 부친께서도 자신의 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듯, 어린아이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매번 소변을 받아내고, 어쩌면 마지막이 되실 아버지의 몸을 닦아 드릴 때마다 그동안 아들 역할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제 모습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철없던 시절, 무뚝뚝하고 툭하면 소리치시는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심하게 사춘기를 보내던 시절 아버지는 제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셨고, 그 이후로 깊은 대화는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둘이 앉아 있는데, 제 손을 잡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현우야 미안하다. 아버지가 아버지 노릇을 못했다”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세요? 아버지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되어보니 뼈가 으스러지도록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청춘의 시절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무작정 부산에 와서 죽도록 살기 위해 발버둥 쳤을 아버지가 상상됩니다. 아내에게도, 아들들에게도 다정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로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피 흘리며, 자상한 남편와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설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 얼마나 괴로웠을까? 제가 겪어보니 알 듯합니다.

20일을 부친과 함께 보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아버지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병원에서 본 아버지의 손짓, 몸짓, 말투, 어법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격, 아내를 대하는 모습이 나에게도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벌써 하늘로 가셨지만, 아버지의 삶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당신도 당신의 삶을 돌아보며 저를 응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 아버지들을 응원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 내주셔서 감사하고, 남은 여러분의 흔적이 더욱 고귀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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