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아니라 빚의 교회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4-04-20 18:18
빛이 아니라 빚의 교회
아버님 장례식장에 동기 목사들이 찾아왔습니다. 목사에게 바쁜 주일 저녁임에도 한걸음에 달려와서 마지막 날을 빈소를 지켜줘서 고마웠습니다. 미국에 산다는 이유로 동기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연락도 자주 못 해서 부고 소식을 전하기가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절친인 친구에게만 알렸는데, 친구가 동기회 온라인 클럽에 부친의 부고 소식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뜻하지 않게 적지 않은 친구들이 찾아와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목사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교회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개척해서 자립한 교회도 있고, 대형교회도 있고, 19년째 목회하며 건축한 교회도 있습니다. 어떤 친구는 담임목사 자리가 없어서 복지단체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열심히 사역하는 친구들이 기쁘고, 또 한편으로 과로사로 일찍 세상을 떠난 친구의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큰 교회, 작은 교회, 개척교회, 무임 목회자 이렇게 모이면 사실 서로가 비교되고, 의기소침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음에 고마웠습니다. 대형교회 목사라고 거만하거나, 작은 교회하고 주눅 드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개혁신학을 따르고 믿는 친구들이라, 각자 주어진 사역 길을 잘 감당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좋은 친구들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 교회든 교회건축과 증축으로 은행에 빚이 없는 교회가 없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친구가 “빛의 교회”가 아니라 “빚의 교회”라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제가 우리 교회가 제일 부자라면서 세계로제자교회의 개척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민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를 다들 잘 알고 있는 터라 50여명 모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빚이 없어서 좋겠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지난 두 주간동안 예배당 마련을 위해 야드세일을 했습니다. 집집마다 버리기는 아깝고, 사용하지는 않는 물건들이 적지 않은데 이번 기회에 청소도 할 겸,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선한 일에 사용되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모금이 되었고, 남은 물건 중에 다음에 사용할 것 외에는 굿윌에 모두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야드세일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관심을 두신 제직회가 고맙고, 장소를 제공하신 김춘실 권사님과 덴, 그리고 사역자님들, 아침과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간식을 제공해주시고, 물건을 팔아주시고, 마무리까지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보통 이런 일을 하다 보면 한마음이 되지 못해서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며 한 뜻으로 섬겨주시니 담임목사로서 기뻤습니다. 빚이 아니라 빛의 교회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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