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방을 찾아라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4-04-29 06:44
돈 가방을 찾아라
한국의 장례식장에서는 버스를 운행합니다. 장례식장에서 화장터로, 화장터에서 납골당으로 조문객들과 함께 움직이니 여러 가지로 편리했습니다. 운전기사 아저씨도 친절했습니다. “편안하게 잘 모시겠습니다” 90도로 인사를 하시더니, 이내 70년대 가락 풍의 “천부여 의지 없어서” 복음송을 틀어주셨습니다. 그냥 들으면 너무 올드하단 생각이 들었겠지만, 상황이 아버님을 보내는 자리니, 흐느끼는 여가수의 노래가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아침부터 시작된 버스 길은 오후 되어서야 다시 장례식장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장과 집까지는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모친과 여동생은 작은아버지의 차를 타고 집으로 먼저 가고, 저는 남동생과 조카와 함께 집에 걸어갔습니다. 가는 길에 동생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많은 사람이 와서 장례식 비용이 거의 해결되어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고 그렇게 집에 도착했을 때 여동생이 묻습니다. “오빠! 가방은?” 그래서 “무슨 가방?” 이랬더니 “내 여행 가방! 오빠가 가지고 내리지 않았어?”라고 격양되어 묻습니다. 그 가방엔 만 불이 넘는 부조가 들어 있었습니다.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남동생도 “형이 가지고 내린 것 같아” 그러더니 우산을 들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전 한참을 생각하다가, 여동생에게 “장례식장에 전해보고, 버스 기사 아저씨 전화번호 찾아서 연락해봐” 하고 남동생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장례식장에 도착했더니 그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이 비를 맞으며 주차장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돈 가방을 들고, 집에 돌아오면서 아버지를 보내고 또 다른 충격을 받으신 어머님을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절대 잊지 못할 아버지 기일이 되겠네요”
인생의 파도는 잔잔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맞이하고 보내는 그 위기의 순간에도 가혹한 일들이 어김없이 일어납니다. 거친 파도는 지금 내 현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힘들 때 더 큰 파도로 나를 휩쓸어가려 합니다. 상황이 험악해지면 서로 탓하기 바쁘고, 그런 기구한 내 인생이 짜증 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으로 계시고,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를 통해서 영광 받으시려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다고 하면서도 알고 보면 우리는 우리의 것을 손에 꽉 쥐고 살아갑니다. 예수님은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물건 사고, 길게 받은 영수증의 물품 목록보다 많습니다. 예수님을 진짜 따르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고, 모든 것을 다 맡기면 그때 마음에 진짜 평강이 오는데, 우리는 이 자유함을 나의 옹고집 때문에 놓치고 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나는 정말 모든 것을 맡기고 사는가?” 진지하게 질문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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