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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십자가 공동체

잠 못 이루는 시애틀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3-09-09 07:22

잠 못 이루는 시애틀

연일 100도가 넘는 무더운 텍사스를 떠나 시원한 시애틀에 다녀왔습니다. 한 시간 안에 마음만 먹으면 아름다운 바다와 국립공원 산들을 언제든지 가볼 수 있기에, 시애틀에서 오신 안권사님과 영지자매가 왜 그렇게 자랑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여행하듯, 도심에 있는 니들타워도 올라가 보고, 역사의 커피 한 잔을 마셔보려고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스타벅스 1호점 앞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Argosy Cruises를 타고 해안에 자리잡은 유명한 집들과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아내도 저도 산행을 좋아해서 올림픽 국립공원 4시간 트랙킹을 계획했지만, 날씨 때문에 가지 못하고 인근에 있는 산책로를 찾아 무작정 올랐습니다. 어디를 가나 우거진 산림에서 품어나오는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듯했습니다. 여행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숙소의 아침저녁이었습니다. 노래하듯 흐르는 강물을 치마에 품고, 조용히 속삭이는 연무를 허리에 감은 품위 있는 산세가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침묵과 고요함의 힘으로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게 됩니다.

아들이 머무는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잠만 자는 곳이라, 서로 알지도 못하는 여섯 명의 사람들과 함께 지냅니다. 입구에서 보면 아들의 숙소가 반지하이기에 “기생충”영화가 생각난다면서 서로 웃었습니다. 지금은 자리를 잡았지만, 아들을 잘 알기에 처음 이 먼 곳에 와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 생각을 해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아들이 한때 몹시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한국에서 담임목사 청빙이 있었습니다. 맨토 목사님께서 “아들들을 하나님께 맡기고 목회의 길을 가야죠”라고 하셨는데 도저히 둘째를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에 세계로제자교회를 개척하게 되었고, 은식이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빠의 설교를 들으면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한 것은 교회를 통해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만난 것이고, 좋은 교회가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독립한 아들도 다른 이들의 인생처럼 온갖 풍랑을 겪으며 살겠죠. 거친 세상 속에서 믿음 생활 잘하고 사명을 잘 감당하다가, 영원한 본향에서 함께 볼 수 있다는 소망이 믿음의 부모 된 우리들의 참다운 소망이 아닐까요? 우리 교회 아이들, 젊은 청년들도 좋은 어른들 속에서 따뜻하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잠 못 이루는 시애틀에서 아들과 행복했던 시간도 텍사스에서 눈을 뜨니 꿈처럼 여겨집니다. 이 세상의 삶이 길게 느껴지겠지만 이 시간도 빨리 지나가겠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세상에서 주신 사명을 즐겁게 잘 감당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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