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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3-06-25 05:24

아버지의 길

아내가 갑자기 집에 들어오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합니다. 깜짝 놀라서 “왜 그래?”라고 물었더니 아무 말 하지 않고 계속 울기만 합니다. 항상 주어를 생략하고 말하는 아내가 “남편이 죽었어~~” 라고 뜬금없이 말하길래, “누가? 무슨 말이야? 천천히 말해봐”라 했더니, 훌쩍거리며 라디오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요지는 사랑하던 남편이 갑자기 죽게 되었는데,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의 사연이 너무 슬펐답니다. 경상도 남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그랬구나~~ ”라고 부드럽게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합니다. “그래~~ 있을 때 잘해라. 나도 언제 갈지 모른다.” 퉁명스럽게 말하며 안아주었습니다.

언제나 함께 있지만, 원수 같은 남편. 내 편이 아니라 항상 남의 편이 되었던 남편. 손이 많이 가는 남편, 고집불통인 남편이지만 그러다 세상을 떠나면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큰 자리임을 남편을 이미 떠나보낸 사람들은 압니다. 원수 같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도 그런데,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러운 남편이 떠나면 그 빈자리는 더욱더 크겠죠.

어느새 50대 중반이 되어갑니다.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너무나도 나와 성격이 다른 한 여인의 남편이 된 지 29년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두 손자를 둔 할아버지가 되었네요. 몸과 정신이 어제와 같지 않다는 것을 날마다 느끼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가정적인 책임이나, 아버지로서 책임감은 어깨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인생의 선배가 되는 우리교회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봐도 그 무게는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사라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어쩌면 가련하기까지 합니다. 책임의 중압감은 여전히 있지만, 이전처럼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니깐요. 되려 가정에 내가 짐이 될까 걱정하는 남편과 아버지의 속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면 마음이 아련합니다.

전라남도 고흥, 나로도라는 고향땅을 버리고 첫 아들을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부산으로 상경(?)하신 신영천씨. 그 당시 큰 꿈을 꾸며 도시로 나왔던 젊은이들처럼 부친께서도 그렇게 낯선 도시의 삶을 시작하셨으리라 봅니다. 그러다 둘째, 셋째도 낳게 되고,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고 쉼 없이 일하셨습니다.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되어 자식만큼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당신은 시끄러운 공장 기계 소리에 청력을 잃어가고, 몇몇 손가락도 절단되면서까지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칠십이 넘도록 공장 일을 하셨던 아버님은 이제 80을 바라보시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십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아버지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음이 짠하기만 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해 드렸던 철부지 같았던 제 마음이 미안하기만 합니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듯합니다. 묵묵히 외로운 길에 수고하고 애쓰는 우리 교회 아버지를 모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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