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엄마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5-05-16 18:58
서러운 엄마
2년 전 아내를 새롭게 보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희에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경식와 은식입니다. 뼈대 있는(?) 가문답게 ‘식’자 돌림으로 이들 할아버지가 지어주었습니다. 큰 아이는 공경을 심고, 둘째는 은혜를 심으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큰 아이는 일찍 결혼해서 아들과 딸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달라스에 거주하고, 삼성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가장의 역할을 감당하고 아내와 함께 교회를 잘 섬기고 있습니다. 둘째는 개척할 때부터 우리 교회와 함께 있었기에 대부분 아실 거라고 봅니다. 현재 피닉스에서 간호사로 응급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년간 근무하고 여기로 다시 돌아와서 마취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아들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합니다. 어렸을 때 가진 것은 없었지만, 아이들 편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함께 놀았던 추억이 가득합니다. 화질이 좋지 않은 카메라로 찍었던 그때의 모습을 봐도 내가 대견할 만큼 후회 없는 아버지의 노릇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얼마 있다 큰 아이가 갑자기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되어 본 적이 없었던 우리로서는 너무 당황스러웠고, 심하게 반대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후회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때의 반대가 큰아들에게도 며느리에게도 상처가 되어 이후 관계가 계속 틀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일로 아내와 적지 않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아들과 손주를 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오죽했겠습니까? 악기 들고, 음악치료를 위해 문을 나서는 아내에게 “당분간 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다”라고, “왜 자꾸 연락해서 문제를 만드느냐?”라고 다그쳤습니다. 침묵이 흐르고, 평소에 말을 잘 하지 않는 아내가 문 앞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가슴을 치고 얼마나 우는지 모릅니다. 그 모습에 제 심장이 너무 아팠고, 눈앞이 눈물로 흐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천 번을 다시 태어나도 저 엄마의 마음을 절대 알 수 없구나”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라고 해도, 낳아서 기른 엄마의 마음을 난 절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후에 아내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내 마음이 쓰라렸던 것은 내가 전혀 보지 못했을 내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한국방문했을 때 모친께서 “현우 너 아니었으면 엄마 이혼했다. 시집살이 너무 힘들어 집을 떠났는데 니가 보고 싶어 다시 돌아왔었다.” 중년이 된 아들에게 뜬금없이 고백합니다. 그 아들 때문에 지난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펄쩍펄쩍 뛰며 어떤 때는 기뻐하고, 어떤 때는 가슴을 움켜쥐고 울었을까? 그 모습을, 아내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한 남자를 만나 자신의 모든 인생을 접고, 희생과 인내와 사랑으로 산 모든 어머니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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