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모친
- 작성자 : 신현우목사
- 25-04-06 08:52
두 모친
부친의 첫 번째 기일이 되었습니다. 잠시 혼자 다녀오려 했습니다만 모친께서 “며느리도 오면 좋을텐데...” 애둘러 말씀하시기에 함께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항공표를 끊고, 한국 들어가기 얼마 전 요양병원에 계신 장모께서 손목골절로 수술을 받게 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게 된 처제 처지에서 약간의 선망 증세가 있으신 어머니를 매일 함께 있을 수 없기에 때마침 한국에 들어오게 된 언니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아내는 병원으로 가게 되었고, 저는 동생들이 주말에 오기 전까지 어머니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올해 78세이지만 여전히 감전교회 주방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목요일쯤이면 가까이 있는 감전 새벽시장에서 현지에서 갓 올라온 여러 가지 식자재를 교회로 주문하고 주말에 식당팀들과 함께 500여명의 주일 식사를 준비합니다. 저는 작년 아버님께서 하늘 아버지 품에 안기실 때에 여유가 없어서 손보지 못했던 집의 여러 가지 고장 난 부분들을 고쳐드렸습니다. 떨어진 손잡이들을 교체하고, 어두운 거실에 조명을 설치해드리고, 물새는 배관을 고치고, 추운 날 엉덩이가 차갑다고 변기에 양말을 씌워놓으신 것을 보고 온열변기 커버로 바꿔드렸습니다. 색이 노랗게 변해버린 12년된 거실의 TV도 새것으로 바꿨습니다. “내가 얼마나 산다고......” 우리교회에서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어머니들의 말씀에 익숙하기에 홀로되신 모친에게 위로가 되는 듯해서 저도 행복했습니다. 주말에 직장을 마치고 도착한 동생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봉안당을 방문하여 아버지를 생각하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며 밀린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주중에 장모님을 뵈러 잠깐 덕천동에 있는 센트럴 병원에 갔습니다. 병실에 올라갈 수 없다기에 휴게실에서 설례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내려오신 장모님은 예전보다 살이 좀 붙으셔서 저는 좋아 보였습니다만 사위 앞이라 초라하게 보이시는 게 싫으신지 부끄러워하십니다. 손도 잡아드리고, 야윈 허벅지도 쓸어 만지면서, 경식이 어매 자랑을 많이 했더니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신서방 피부관리를 해야겠다. 왜 이렇게 되었노?” 하시면서 손으로 제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십니다. 이렇게 수술받을 거라 예상하지 못하고, 언니가 오면 엄마와 1박2일로 경주에 놀러 가려고 예약을 했다기에, 퇴원하면 그래도 가면 좋겠다고 그간 언니 대신 고생한 처제에게 돈 봉투를 쥐여주고, 아내에게는 “아끼지 말고 당신이 다 사라”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게 했던 가시나무와 같았던 남편들을 먼저 보내고, 허전한 마음을 세월을 붙잡으며 사시는 두 모친을 보면서 바람같이 지나가는 인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왠만하면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존경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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